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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설악산에서 개고생을...

치밭목 2011. 2. 19. 13:34

백두대간 남한의 마지막 구간이 미시령진부령이라면

한계령→미시령구간은 백두대간 남한구간의 졸업시험구간이라고나 할까?

10월 1일 그 졸업시험구간을 기홍이와 다른 친구 2명 포함 4명이서 즐거운 마음으로 출발한다...

원래의 일정은

1일 11시쯤 원통도착 주차시키고 점심식사후 원통택시 타고 한계령에 도착, 12시부터 산행시작, 17시쯤 중청대피소 도착,

대청봉에 올라 일몰감상,대피소에서 저녁식사.

2일 오전 4시 기상하여 희운각대피소로 출발, 희운각대피소에서 라면 끓여 햇반 말아서 아침식사,7시쯤부터 산행, 공룡능선타고 12시쯤 마등령 도착, 마등령에서 점심식사와 휴식후 늦어도 13시부터 마등령황철봉미시령 출입통제구역(국립공원관리공단 지정 특별보호구역) 산행, 18시경 미시령도착 산행종료. 원통택시 대절해서 원통으로 와서 차량회수후 서울로~~~

첫날 일정은 모든게 아주 순조롭게 잘 진행되어 중청대피소에 예약된 침상을 배정받고 대청봉에 올라 황홀한 일몰을 감상하며 아주 행복감에 젖어들었다.

그러나 다시 중청대피소에 돌아와 식사 준비하느라 바쁜 와중에 침상에 놔둔 배낭의 뒤에 묶어둔 자켓이 안보인다. 분명 대청봉에서 찍은 사진엔 묶여 있었고 뒤에 따라 내려온 2명의 우리일행들도 흘린걸 못봤다는데... 

우리가 너무 방심하고 사람이 거의 없던 침상에 4개의 배낭만 놔뒀던것 같다. 이런곳에서도 이런일이 있다니 참 씁슬하다...

아깝기도 하지만 다음날 비를 쫄딱 맞고 추위에 시달리며 고어텍스 자켓을 잃어먹은 댓가를 똑똑히 치뤘다~~~ ㅜ.ㅜ

어쨌든 잃어먹은 것은 잃어먹은 것이고 기홍이가 끓인 스팸김치찌개와 밑반찬들로 저녁 식사를 하며 하수오주도 한잔씩 나눠 마시고 오랜만에 초롱초롱한 별들도 감상한다.

 

2일날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4시쯤 기상하여 바깥날씨를 살피니 바람이 세차게 불고 안개가 너무 심하게 끼어서 희운각대피소로 바로 가는게 무리일것 같다. 4시 30분쯤 취사장으로 내려가서 기홍이와 의논하여 일정을 변경하기로 한다. 

여기서 라면을 끓여 어제 남긴 밥을 말아 먹고 안개가 조금 걷히길 기다렸다 희운각으로 가기로... 

그래도 우린 조금 빨리 취사장으로 옮겨서 다행이었지 세찬 바람과 안개로 밖에서 취사가 불가능하니 잠시후부턴 취사장이 아주 인산인해다...

암튼 복잡한 틈에서 아침식사하고 배낭정리하고 6시10분쯤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 처음엔 짙고 빠르게 이동하는 안개 때문에 조금 지장이 있었지만 희운각 지나 공룡능선에 접어들때쯤엔 햇살과 구름이 조화를 이뤄 아주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여기저기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공룡능선을 지나 마등령 삼거리에서 떡으로 점심식사를 대신한다. 여기까진 예상시간과 거의 비슷하다. 

휴식후 다시 산행을 시작하며 비선대 갈림길에서 출입통제구역인 백두대간길로 접어들고 1326봉 삼각점에서 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여기서부턴 다시 안개가 심하게 끼어 조망 감상은 물론이고 위치파악도 힘들기 시작)

사전에 등로를 파악할때 주의지점으로 별표까지 해 놨던 지점으로, 삼각점을 올랐다가 다시 뒤돌아서 옆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순간적인 실수로 삼각점을 넘어서 계속 진행해버린 것이다. (나중에 파악해 보니 그곳은 금강굴,비선대쪽으로 빠지는 비지정로였음) 

등로의 상태가 갈수록 이상함을 느끼고 지도와 나침반을 꺼내어 정확하게 분석한 결과 진행 방위가 완전히 틀린것을 알고 다시금 되돌아와 정상 등로를 찾아서 진입한다.(왕복 알바 40여분)  

앞으로 많은 너덜지대를 통과해야 하는데 안개는 여전하고 흐린 날씨에 이젠 비까지 내리기 시작한다.

비가 온다는 예보 때문에 4명 모두 비옷은 준비해 왔지만 안전을 위하여 비옷을 입지 않기로 한다.

너덜지대에서 비옷이 걸리적 거리며 진행에 방해가 되고, 특히 너덜지대에서 비옷에 걸려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치명적이기 때문에...

짙은 안개가 끼고 비가오니 어둠이 일찍 찾아와 17시 30분무렵부터 헤드랜턴을 꺼내 착용하고 야간산행에 들어간다.

계속 이어지는 빗물먹은 너덜길이 상당히 미끄럽고 위험하여 진행을 힘들게 한다.

하산 예상 시간을 정정하여 20시쯤으로 수정했으나 20시가 넘어도 너덜길을 벗어나지 못하고 너덜길이 계속 이어진다. 지긋지긋하다...

조난사고의 걱정도 슬며시 든다 일행중 한 친구는 119에 전화하자고 하지만 이곳은 전화도 불통지역이다.

이 미끄러운 너덜길에서 누구 한명 다치기라도 한다면 백프로 모두 조난당한다

난 사실 만약 우리가 길을 잘못 들어 헤매거나 누가 다치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일단 현재 나에게 부탄가스와 멸치반찬 조금과 쌀4인분, 라면하나, 햇반3개,사과하나,육포 한봉지,쏘시지5~6개 등의 먹을거리가 남아 있는것 같으니까 일단 모두 젖은 옷을 최대한 갈아입고, 비옷 꺼내입고, 부탄가스로 라면을 끓여서 햇반을 말아 나눠먹고 저체온증을 방지한 다음 배낭과 배낭커버로 비와 바람을 최대한 막고 서로 몸을 의지하여 곰처럼 웅크리고 남은 비상식량들을 나눠 먹으며 아침 6시 정도까지 버텨 볼려는 생각도 했다...ㅋㅋㅋ 

그나마 다행인게 마지막 1시간 정도 이어지는 제일 긴 너덜길엔 20~30m 간격으로 야광봉이 설치되어 있어서 야광봉을 따라 엉덩이로 미끄러운 바위를 밀고서 엉금엉금 내려온다. 만약 이곳에 야광봉이 없다면 길찾기가 엄청 힘들고 심지어 많은 조난사고가 일어날 것 같았다, 우리도 아마 조난 되었을 것이다.

어렵게 긴 너덜길을 빠져 나오는데는 성공했지만 계속 많은 비가 내리니 지도를 자주 보기도 힘들고  출입금지구역이라 등로를 안내하는 표지리본도 안보인지 오래됐고 정확한 위치 파악이 어렵다.

일단 지도상의 큰 방위각만 확인하고 허리를 굽혀 헤드랜턴 불빛으로 세심하게 길을 파악하며 나침반만 믿고 수시로 나침반을 꺼내보면서 하산을 강행한다.

사전 파악으로는 미시령 500~600m 전방쯤부터는 능선길이 펼쳐져야 하는데 아직도 계속해서 계곡길로 빠져 내려가니 참 걱정스럽다.

마지막으로 지도와 나침반으로 거리와 방위각을 가늠해보고 죽으나 사나 가던길로 하산을 강행한다.

하긴 다른 방법도 없다, 이시간 이상황에 여기서 어데로 돌아갈 수 있겠는가?

설상가상이다.

나침반을 보려고 찾는데 마지막으로 나침반을 사용하고 꺼내보기 쉽게 호주머니에 넣어둔 나침반이 사라지고 없다.

이런씨발!! 캄캄한 바다의 등대와도 같은 나침반이 없다니...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올라가며 찾아보지만 찾을수가 없다.

아~~ 또 씨발!! 그동안 참 유용하게 사용하였고 젠장 가격도 4만원짜리 나침반이데...

이젠 할수없이 동물적인(?) 감각에만 의존해야 하는가?? 미치긋다...

다행히 조금 더 내려오니 능선길의 형태가 갖춰지는것 같고 예상지점을 지나고 있는게 확실한것 같아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저 멀리 미시령을 올라오는 자동차 헤드라이트의 희미한 불빛도 보인다...흐미 이젠 살았다~~~!!! 

거친 잡풀과 잡목이 계속 길을 가로 막지만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발걸음이 가볍기만하다.

어느덧 미시령의 철조망 앞에 도달하고 2m 높이의 철조망을 밀어주고 받쳐주고 모두 넘고나서 시계를 보니 정확히 22시다.

아침 6시경부터 산행을 시작하여 밤 10시니까 16시간 산행을 한 셈인가?

원래는 12시간정도를 예상했었는데 참 많이도 걸렸다...ㅎㅎㅎ

철조망을 모두 넘고 배낭메고 큰길로 나와 뒤따라온 친구들과 한명 한명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참 힘겨운 악조건 속에서 모두 무사히 산행을 마칠수 있음에 감사와 우정을 가득 담아서... 

 

 미시령에 도착하여 지킴터와 나란히 붙어있는 문닫은 LG주유소옆에 다행히 비를 피할만한 공간이 있어 그곳에서 비에 젖은 옷들을 우선 갈아 입으며 원통택시를 대절한다.

도착하는데 30여분이 걸리는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남은 식수로 쌍화차를 끓여서 한모금씩 나눠 마시고 모처럼 얼굴에 웃음꽃을 피워본다.   

도착한 택시를 타고 원통에 있는 주차장에 와서 비가 많이 스며든것 같아 작동 여부가 걱정 되었던 전자 도어키를 누르니 다행이 작동이 된다. 후유...

그러나 문제가 곧바로 발생 되는데 우리가 대절하여 타고온 원통택시의 트렁크가 열리지 않는것이다.

오픈스위치를 눌러보고 키를 넣어 돌려봐도 도무지 열리질 않으니 이건 또 뭔 시츄에이션인가??? (나중에 트렁크를 따고 보니 배낭카바가 잠금장치에 끼어 있어서 안열렸다고 함)

이미 11시를 훌쩍 넘어버린 시간이라 카센타도 모두 문을 닫은것 같고, 보험사에 연락해도 열 방법이 없다고만 한다.

트렁크에 있는 배낭속에 지갑과 핸드폰, 카메라등 거의 모든것이 들어있는데 으짜면 좋냐... 

한참을 기다리다 도저히 방법이 없을것 같아 내일이나(내일은 일요일이라 카센타가 쉴수도 있다고) 모레 트렁크를 따면 배낭을 택배로 보내주기로 하고 서둘러 서울로 향한다.

그래도 이대목에서 정말 다행스러운게 내가 옷 갈아있으며 호주머니에서 꺼내 놓은게 자동차 도어키(시동키는 차량 내부에 따로 보관되 있고)와 35,000원인 택시비를 주기 위해서 꺼내놓은 지갑이 전부인데 이것마저 꺼내놓지 않았다면 또 어땠을까?? 참 불행중 다행인가~~ㅋ?? 

아무튼 황당한 마음으로 배낭을 남겨둔채 서울로 향한다.

새벽 1시가 다되어 홍천의 철정휴게소에서 황태해장국을 한그릇씩 먹고 추가로 라면까지 시켜서 나눠 먹으니 그래도 즐거운 미소가 퍼진다...

다시 운전을 하고 1차 경유지인 서울로 향하는데 3명의 친구들은 피곤한지 잠에 빠져든다. 심지어 조수석에서 잠자는걸 죄악시(?)하는 기홍이 마저도 조수석에서 잔다...ㅎㅎ

나 역시 안 마시는 커피까지 마시고 버티며 운전을 하는데 졸음이 막 밀려온다.

넘 늦지만 안했다면 30분 정도만 자고 가면 좋겠는데 그럴수도 없고 잠을 쫒을려고 별짓을 다해본다.

창문을 살짝 열고 빗물을 받아 세수아닌 세수도 몇번 해보고,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려도 보고, 죄없는 내 머리를 쥐어 박아도 보고, 심지어 잘 잡히지도 않는 코털을 뽑아보는 추잡한 방법도 써본다...ㅋㅋㅋ

이렇게 별짓을 다하며 종합운동장부근에 2시 40여분쯤 도착하여 한 친구를 내려주고 여기서부터 기홍이 집까진 다른친구가 운전을 하기로 한다. 뒷좌석에 앉으니 나도 모르게 잠에 빠져들고 기홍이 목소리에 깨보니 어느새 기홍이 집부근에 도착하여 기홍이 내린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집 부근에 도착하니 아마 새벽 4시쯤인것 같다...

백두대간의 졸업시험을 참 혹독하게 치른 긴여정이었고 이렇게 무사히 집에 도착한것에 감사한다...

 

※ 사람 마음 참 간사하다~~~

산행중엔 무사히 하산해서 집에 가는것만이 지상과제였는데

지금은 핸드폰이 없으니 답답하고 카메라가 없으니 산행때 찍은 사진이 궁금하다...ㅎㅎㅎ

배낭은 오늘오후에 원통에서 택배 출발하면 내일중엔 도착할것 같다, 비와 땀에 쩔은 옷에서 나는 냄새가 장난이 아닐텐데...ㅋㅋㅋ   

출처 : 다지리53번지
글쓴이 : 낭만독수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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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기차시간표 자료를 구하다..

산을 참 좋아하시는 분 같아. 이방저방 둘려보다 발견한 설악산이야기~ ^^

플방 주인님의 백두대간(한계령~미시령) 산행기를 재밌게 잘 보며 혹여 참고? 위해 글을 옮겨왔다

*** 산행을 하다보면 한번쯤은 경험하는 사례!***